
처음으로 세정님 콘서트에 다녀왔습니다.
7월에 예매하고 한동안 잊고 지냈는데
캘린더가 슬슬 일정을 확인하라고 알려주더군요.

퇴근 시간이 7시라
반차 쓸까 말까, 쓸까 말까 고민하다가
그냥 안 쓰고 갔습니다.
그리고 10분 정도 지각했습니다🙄

어차피 뒷자리라 모르시겠지 싶었는데
들어가자마자 들려오는 한마디.
“늦게 오신 분도 어서 오세요.”
그렇게 그 자리에 계신 모든 분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았습니다.
부끄럽다…
(( 이 리뷰는 주관적입니다 모든 셋리스트 리뷰X ))

9월에 듣는 5월의 노래.
맑은 하늘과 선선한 바람 때문일까요.
생각해 보니 5월과 9월은
조금 닮은 계절인 것 같아요.
노래 속에서는 그해 5월의 누군가를 그리워하는데,
저는 그 노래를 들으며
지난 5월과 그 안에 있던 저를 그리워하고 있었습니다.
그리운 사람을 떠올리게 하는 노래가
어떤 날에는 계절 하나를 통째로 그립게 만들기도 하네요.
가을의 공연장에 나란히 앉아
잠시 같은 봄을 지나고 있는 듯했습니다.
저마다 떠올리는 얼굴과 풍경은 달랐겠지만요.
그리고 문득,
‘그러고 보니 나는 희정님과 듀엣한 노래를 참 좋아하는구나.
그대는 어디에도 듣고 싶다…’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가산동으로 이사 오고 느낀 것 중 하나는
비행기가 생각보다 엄청 크게 보인다는 건데요.
회사에서 일하다 잠깐 발코니로 나가
바람을 맞으며 날아가는 비행기를 보고 있으면
이 노래가 그렇게 생각나더라고요.
저마다 다른 곳으로 향하는 비행기 안에는
떠나는 게 설레는 사람도,
돌아가는 게 아쉬운 사람도 있겠죠.
같은 하늘을 지나면서도
모두 다른 마음으로 다른 추억을 만들러 간다는 게
괜히 기분을 묘하게 합니다.
그러다 보면 이미 지나간 사람까지 떠오릅니다.
내 일상을 잠시 스쳐 간 사람이었을 텐데,
비행기는 시야에서 사라지고 나면 그만인데
어떤 사람은 보이지 않게 된 뒤에도
오래도록 마음에 남아 있네요.
분명 비행기를 보고 있었는데
어느새 오래된 기억을 꺼내 보고 있게 되는 노래.
https://www.youtube.com/watch?v=Rio0IiX7HAg&list=LL&index=4
생각해보니 제목은 새벽녘인데
한번도 새벽에 들어본 적은 없네요😂

제가 가장 좋아하는 앨범 중 하나인 각자의 밤.
이 앨범에서는 특히 여성 보컬분들이
불러주신 곡들을 참 좋아하는데요.
이 앨범의 노래를 들려주신다면
나의 밤이나 친퀘테레가 아닐까 생각했는데
뜻밖에도 미움을 불러주셨습니다.
원래 주희님이 부르신 곡이라
직접 불러주실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거든요…!
익숙한 노래가 다른 목소리로 흐르니
잘 아는 이야기의 다른 쪽 마음을 듣는 것 같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제가 가장 사랑하는 노래,
나는 그 사람이 아프다
저뿐만 아니라 많은 분들이
이 노래에 마음을 기대고 위로받았겠죠.
잔잔한 피아노로 시작해
일렉기타 솔로로 이어지는 흐름을 참 좋아합니다.
말로 다 전하지 못한 마음이
마지막에는 연주가 되어 쏟아지는 것 같아서요.
그 소리를 직접 내보고 싶어
학원에서 배우기도 했습니다.
아직 서툴지만, 좋아하는 노래를 제 손으로 연주해 보는 건
듣는 것과는 또 다른 기쁨이더라고요.
가사는 처음부터 끝까지 다 좋아하지만
몇백 번을 들어도 마음이 멈칫하는 부분이 있어요.
입맞춤보다도 떨리는 자신을
안아주던 품이 더 좋았다는 고백.
이 부분을 들으면 늘 어떤 장면이 떠오릅니다.
비가 많이 내리는 여름밤,
새벽에 가까운 어두운 방.
추위에 떨고 있는 사람과 가만히 그 곁에 앉은 사람.
맞잡은 손과 입맞춤, 그리고 서로를
끌어안으며 천천히 나누는 체온.
그저 그 품이 더 좋았다고 말하는
솔직하고 담백한 고백이라 더 마음에 남습니다.
오랜 시간이 지나도 선명한 기억에는
이렇게 온기가 남아 있을 것 같아요.
https://www.youtube.com/watch?v=kVXfG0UmFM4
이날은 기타 연주도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습니다.
회사에서 잠시 쉬면서도, 학원에서 연습하면서도
라이브 영상을 참 많이 봤거든요.
화면 속에서 익숙해진 연주자분을 무대에서 뵈니
혼자 오래 알고 지낸 분을 만난 듯 반가웠습니다.
이번에는 그 하이라이트를
통기타로 들려주셨어요.
일렉기타가 감정의 한가운데에서
마음을 남김없이 쏟아내는 젊은 사랑 같았다면,
어쿠스틱은 오랜 시간이 흐른 뒤
그 사랑을 가만히 돌아보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때는 아프기만 했던 기억도
이제는 조금 다정하게 꺼내볼 수 있을 것 같은,
제게는 그런 어른의 사랑처럼 들렸어요.
같은 노래인데도
기타 소리가 달라지니 떠오르는 마음도 달라지더라고요.
수없이 들었던 노래에서
아직 만나보지 못한 표정을 발견한 밤이었습니다.
오래 사랑한 노래를
조금 더 오래 사랑하게 될 것 같아요.

첫사랑은 발매되자마자 너무 좋아서
곧바로 프로필 음악으로 설정했던 노래입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야시장에서 정말 첫사랑을 우연히 만났어요.
같은 중학교에 다니다
서로 다른 고등학교로 가면서
자연스럽게 멀어진 친구였습니다.
오랜만에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데
프로필 음악이 자기 이야기냐고 묻더라고요.
그때는 괜히 마음을 들킨 것 같아 부끄러웠는데
지금 생각하면 무슨 자신감으로 물었나 싶기도 합니다.
그렇다고 아주 틀린 말도 아니었다는 게 문제지만요.
그때 왜 그렇다고 말 한마디를 못 했을까요.
돌이켜 보면 그 친구도 저도
마음을 표현하는 데는 참 서툴렀습니다.
별것 아닌 이야기는 잘하면서
정작 하고 싶은 말 앞에서는 자꾸 머뭇거렸던 것 같아요.
그렇다고 그때로 돌아가
그 친구와 만나고 싶으냐고 묻는다면,
답은 아니에요.
그 시절이 가끔 생각나는 것과
다시 그 관계를 시작하고 싶은 건 다른 마음이니까요.
어쩌면 끝내 해보지 못한 말이 있어서
이렇게 노래 한 곡에 꺼내볼 이야기도 남았나 봅니다.
한동안은 가사처럼
바람이 불거나 계절이 바뀔 때
문득 그 친구가 떠오르기도 했어요.
지금은 너무 오래되어
함께 나눈 대화도, 좋아했던 이유도 많이 흐릿해졌지만
이 노래를 들으면 그 질문을 받고
어쩔 줄 몰랐던 순간은 아직 생각납니다.
이루어지지 않아 조금 아쉽고,
다시 이루고 싶은 건 또 아닌 마음.
제게 첫사랑은 그런 기억으로 남아 있네요.
https://www.youtube.com/watch?v=OTYNYEeYSCc
마지막에는 다 같이 사진을 찍고
다음 달에 나온다는 신곡도 살짝 들려주셨습니다.
공연이 끝나가는 아쉬움 사이로
기다릴 일이 하나 생겼어요.

그리고 앵콜곡으로는 정말
그대는 어디에를 불러주셨습니다.
앞서 이화동을 들으며
이 노래도 듣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첫 소절이 흐르자 정말 눈물이 날 뻔했어요.
피아노를 연주하며 노래하시던 세정님이
관객 쪽으로 마이크를 돌려주신 순간도 기억에 남습니다.
익숙한 하이라이트를 다 같이 부르는데
그 목소리들 사이에 제 목소리가 섞이는 게 참 좋더라고요.
같은 노래를 각자의 시간 속에서 듣고,
저마다 다른 기억을 간직한 사람들이
이날은 한자리에 모여 같은 부분을 부르고 있다는 게요.
이 가수를 진심으로 좋아하는 마음들이 모여
함께 무대의 마지막을 채워가는 것 같았습니다.
떠나간 사람의 미소와 눈빛을 그리워하는 노래인데
그 순간에는 눈앞에 있는 사람들의 표정이 떠올랐어요.
환하게 웃고, 눈빛을 반짝이며
같은 박자로 노래를 따라가는 모습이
가사 속 나란한 발걸음처럼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공연은
노래의 첫머리처럼 담담하게 끝났어요.
아쉬운 마음은 남겨두고
웃으며 짧게 안녕을 건넸습니다.
덕분에 이번 주말은 조금 심심하게 느껴지겠지만,
곧 나올 신곡을 들으며 다음 공연을 기다려보려고요.
다음에도 꼭 다시 만나고 싶습니다.
좋아하는 노래를 함께 부를 수 있어서 행복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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